권태기는 사랑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프리워커스
'권태기'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단어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갑자기 지겨워지고 보기 싫어지고 감흥이 없어진다는 것은 끔찍하다. 사랑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은 슬픔을 넘어 내게 상실로 느껴지는 그 싫은 권태기가 내게도 찾아왔다. 사랑이 아닌 일로서 말이다.
디자인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고, 전문대에서 과제를 해가다 보면 종종 재밌었다. 그러다가 한 카페를 실내장식부터 메뉴보드, 명함, 컵홀더까지…. 브랜딩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그 뒤로 난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캐드와 3d를 배우고 취업해서 실제로 현재 존재하는 브랜드까지 내 기획과 디자인으로 만들어냈었다.
브랜딩을 하는 건 정말 즐겁기도 하지만 정말 많은 고민과 체력이 필요하다. 수많은 수정과 실무…. 나는 그것들을 나 혼자 감당하곤 했다. 최선을 다해 이제 오픈만 남긴 상황에서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시들어갔다.
그렇게 그 열심히 일하던 회사를 퇴사하고 프리랜서 작업도 해봤지만 힘만 들고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점점 더 디자인이 멀게만 느껴지고 돈을 못 버는 게 내가 하는 이 '디자인'이라서…. 사랑하던 디자인이 이제 내게 골칫덩이, 정으로 어찌어찌 사귀면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서로 미루는 연인 사이 같았다.
'권태감'이란 이런 거구나…. 사람도 아닌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던 디자인에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단순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곳에서 만난 혜진 언니도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가득하였다. 입만 열면 횡설수설해대는 나는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책을 빌려줬었다. 그렇게 그냥 잊어버린 줄 알았다.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업하겠다던 포트폴리오는 작업률이 0%였다. 그래서 엉덩이를 붙여서 앉아있는 연습이라도 한 게 이 블로그다. 엉덩이를 붙여 이리저리 글을 쓰는 고민을 하고 손을 움직이고 친구와 함께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즐거운 기억들과 마음들이 조금씩 내 마음속에서 움텄다.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혜진 언니는 내게 책을 돌려줬다. 다른 책과 함께, 내가 개인적으로 읽어보고 싶었던 '프리워커스'와 함께 나를 응원하는 이 쪽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자기 자신과 혜진 언니를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즐겁게 이 책을 읽었다.
모비스 그룹
모비스는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창의적 그룹이다.
브랜드 '모베러웍스'를 전개할 뿐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오뚜기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고,
일하는 과정을 '모티브'에 기록한다. 모빌서는 구성원들의 뚜렷한 개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그룹사운드의 모습을 지향하며, 재미있고 유쾌하게 일하는 문화를 만든다.
디자인할 때 제일 많이 마주치는 감정은 '막막하다'라는 감정이다. 이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모티브도 1화에서 '겁나게 막막하다'는 걸 여과 없이 보여준다. 디자이너 마음은 10년 차든 1년 차든 시작은 다 똑같나 보다.
그 막막함을 정리하고 또 작업하고 수정하고 감리하고 그 발로 뛰는 과정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채널이다.
이런 채널은 없었기에 브랜딩 디자이너인 내게 신선하게 다가오면서도 한참을 잊고 최근 에피소드를 보니 웬만한 대기업들과 일하는 걸 보니 빠른 성장에 놀라웠다.
디자인을 좋아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이걸로 밥벌이 해먹을 수 있어서이다.
이 모비스 그룹에서도 '적게 일하고 많이 벌어먹고 싶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의 참된 속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돈이 적게 벌리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겠다는 게 그들의 메시지다.
디자인에 의문을 가졌던 건 궁극적으로 돈이 되는가였다. 이 힘든 디자인 완성해서 가져가는 돈보다 비트코인 한 번으로 가져가는 돈이 더 많다. 나의 디자인의 의미는 무엇일까…. 난 왜 이렇게 고생하지…. 그런 생각들은 의외로 옆에서 비트코인으로 돈 날리는 사람 보니까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
농담이구…. ㅎ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순수하게 노력해서 더 나아갈 수 있는 일이 결국 디자인이다.
친구와 다시 디자인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만들었던 즐거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니 행복해졌다.
즐겁고 힘들지만 '디자인 과정'을 생생해 보여주고 방식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으레 브랜딩이라는 게 대단하고 어려워 보이던 것들이 이제는 많은 채널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브랜딩 방식들이 있는데,
이를 유튜브를 사용하여 굉장히 생생하게 독자들과 같이 그려나가는 새로운 브랜딩 과정을 보여주는 게 재밌었기도 하고, 게으름을 표방하면서도 전문가다운 그들의 작업방식과 함께 프로젝트의 의도와 메시지 방식은 내게 또 다른 작업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그런데 어느 날 로또에 당첨돼서 일확천금이 생긴다면? 그날로 모든 일을 접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조용히 덮어도 좋다. 우리는 돈이 아주 많아진다고 하더라도 영영 일을 접고 싶지는 않다. 그 대신 건 휴일을 만들고 하기 싫은 일들을 돈으로 해결하면서 여전히 일할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만 모든 이유는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생각해 본 적 있는 생각들 내가 디자인 말고 다른 것들로 돈을 번다면 나는 디자인을 계속할까.
예전에는 디자인을 그만둘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디자인 외에 돈 벌고 더 경력을 쌓을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내 밥줄, 내 친구, 내 원수 같은 사랑하는 디자인.
아이러니하게도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가 되면 이른 시간 안에 '모두가 아는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나만 알고 싶은 걸 올려 더 적극적으로 알린다. 사람들이 모베러웍스나 모티브에 대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남기는 글들을 찾아보면 나만 알고 싶지만 공유한다는 내용이 많다.
포괄적인 브랜딩에서 소유하고 싶은 '개성'을 가진 브랜드를 만드는 게 지금의 인지도 확보 전략이 우리 같은 소규모
브랜드가 가져가야 할 방식이다. 꼭 모배러웍스처럼 생생하게 그 과정을 다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나만의 이야기,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를 꼭 만들어서 반응을 받아보고 싶다.
김태경 / 도시형 책자 편집장
"우리가 하는 일들은 안정화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정적인 걸 원하는 게 아이러니한 거죠. 불안이 디폴트거든요."
디자인이 한동안 보기가 싫었던 건 '막막해서', 정답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그 막연함 안정적이지 않은 유기적인 그 상태를 계속해서 만난다는 게 두려웠었나보다.
모르겠다면 자료조사를, 막연하다면 적어보기를, 모호하다면 그려보면서 그렇게 다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초보 디자이너보다는 일을 좀 해보고 경력이 있는 디자이너들 또 기획자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기존의 브랜딩 방식을 타파하고 생생하게 브랜딩 과정을 보여주면서도 실험적인 모습이
우리가 주도적으로 다양하게 움직이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책이다.
내게 이 글을 통해 같은 디자이너로서 응원해준 혜진 언니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자 한다.
응원의 메세지는 벽에 붙혀놨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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